기관 영업 20년 노하우, 스테이블코인 경영 전면에 서다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의 최근 C레벨 인선은 이 오래된 명제를 다시 확인시킨다. WLFI는 라이언 발란타인(Ryan Ballantyne)을 신임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했다. 그는 최근까지 코인베이스의 기관 전담 조직인 코인베이스 인스티튜셔널에서 기업 고객 전략을 이끌어 온 인물로, 새 자리에서 WLFI의 글로벌 사업 전략과 파트너십을 총괄한다. 이번 선임은 WLFI 공동창업자 잭 위트코프가 직접 확인했다.
왜 'CBO'인가… 조직이 보내는 신호
기업이 어떤 C레벨 자리를 새로 만들고 누구를 앉히는지는 그 조직의 다음 3년을 예고한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하면 제품 고도화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면 자본 조달이나 상장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WLFI가 최고사업책임자 자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회사의 무게중심이 발행과 개발에서 상업적 관계 구축으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발란타인의 역할은 회사의 큰 전략을 국제 시장 전반의 사업 개발과 파트너십 실행으로 번역해내는 일이다. 전략을 그리는 자리가 아니라 전략을 매출과 계약으로 바꿔내는 자리라는 의미다.

경영자로서의 과제, 숫자로 증명해야
발란타인은 WLFI의 스테이블코인 USD1을 중앙화 거래소, 디파이 프로토콜, 실물자산(RWA) 플랫폼, 기업 트레저리 솔루션, 기관 파트너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자 관점에서 이 미션의 난이도는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출시가 시작일 뿐이며, 진짜 승부는 유동성 확보와 거래소 상장, 디파이 통합, 그리고 기관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갈린다.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라는 압도적 선점 사업자를 상대로 고객이 굳이 갈아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의 성과는 발표되는 파트너십 건수가 아니라, USD1이 기관이 실제로 쓰는 통화가 되느냐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규제권 진입까지… 확장하는 경영 아젠다 WLFI는 미국 국법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하며 규제 금융 인프라로의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새로운 블록체인으로 USD1을 확장하고 디파이 상품을 출시했으며, 실질적 효용을 뒷받침할 파트너십을 확보해 왔다. 단일 상품 회사에서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다. 신임 CBO가 상대해야 할 카운터파트가 크립토 기업에서 은행과 자산운용사, 대기업 재무팀으로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일반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검토하면서 기관 채택은 업계 전반의 핵심 성장 축으로 부상한 상태다. 발란타인의 기관 고객 경험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값을 하게 된다.
국내 경영진이 눈여겨볼 대목
이번 인선은 국내 최고경영자들에게도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신사업의 성패는 기술 인력이 아니라 기관 네트워크를 가진 사업 책임자에게서 갈리는 국면이 왔다는 점이다. 둘째, 경쟁사 핵심 조직의 전략 담당자를 데려오는 인재 확보 경쟁이 디지털자산 영역에서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셋째, 규제 인가와 사업 확장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투트랙 경영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토큰증권(STO) 시장 개화를 앞둔 국내 기업들에게도, 어떤 C레벨을 어떤 시점에 앉힐 것인가는 곧 사업 로드맵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