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인베스트 CEO, 에이전틱 커머스 전환기 디지털자산 역할론 제시… "금 대비 비트코인 다시 바닥 다져"
혁신 투자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Cathie Wood) 아크인베스트(ARK Invest)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인간의 개입 없이 결제와 거래를 수행하는 이른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에서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우드 CEO는 최근 공개한 시장 진단에서 AI 기반 상거래의 확산과 함께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큰 이익을 볼 두 개의 자산군 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두 자산의 디지털 속성과 프로그래머블 특성이 고속 자동 결제 시스템에 최적화돼 있다 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가격 전망이 아니라, 디지털자산을 '결제 인프라'의 관점에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매개 수단으로 각각 자리를 잡아간다는 이중 구조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예측으로 명성 얻은 파괴적 혁신 투자자
캐시 우드는 미국 금융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에서 12년간 투자책임자를 지낸 뒤 2014년 아크인베스트를 설립했으며, 2018년 테슬라 주가 급등을 예측해 시장의 조롱을 받았지만 결국 예측이 현실화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스스로를 파괴적 혁신 분야의 테마형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경제학자 (X) 로 규정한다. 빅테크 대신 초기 성장 단계의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액티브 ETF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그의 신념 역시 일관되다. 아크인베스트는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Circle) 주가가 급락한 국면에서도 3개 ETF를 통해 서클 주식 22만주, 약 1390만 달러어치를 추가 매수하며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의 장기 가치에 베팅 한 바 있다. 이번 에이전틱 커머스 발언은 그러한 투자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큰 위험"

우드 CEO의 디지털자산 전망은 거시경제 진단에서 출발한다. 그는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우려만큼 부진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물가 지표를 근거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는 신중론을 유지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시각이다. 에너지 시장에 대해서도 그는 공급 과잉을 지목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5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한 이후 생산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이 형성됐고, 유가의 큰 폭 하락이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는 것이다.
달러에 대해서는 시장의 통념과 반대되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달러인덱스가 102.6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며, 외국 자본이 미국 자산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는 시각에 반박했다. 최근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역시 달러 매도가 아니라 유로를 팔고 엔을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거품 논쟁에 대해서도 그는 선을 그었다. AI 버블 우려는 과장됐으며, 현재의 자본지출 증가는 장기 기술 혁명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자본지출이 지난 30년간의 밴드를 상향 돌파했다 는 데이터도 함께 제시했다.
에이전틱 커머스, 왜 디지털자산인가
에이전틱 커머스는 AI 에이전트가 개인이나 기업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거래를 실행하는 새로운 상거래 모델을 뜻한다. 기존 결제 시스템은 사람의 승인과 인증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기계가 초 단위로 수천 건의 소액 결제를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 우드 CEO가 주목한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경제 활동에서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역할이 커질수록 빠르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결제 수단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경, 영업시간, 카드사 승인 절차라는 제약이 없는 온체인 결제망이 기계 대 기계(M2M) 거래의 기본 레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구조 변화도 함께 언급됐다. 우드 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에이전틱 커머스가 쇼핑 경험을 바꾸는 문턱에 서 있으며, 특히 롱테일 상품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아크인베스트 리서치팀의 분석을 소개했다. AI가 상품 탐색과 구매 과정을 매끄럽게 만들면서, 그동안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소규모 판매자들에게 기회가 열린다는 취지다.
암호자산 시장 자체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그는 금 대비 비트코인의 상대 성과가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의 장기 목표가에 대해서는 기관 채택 확대와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을 통한 규제 명확화를 근거로 125만 달러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 (BigGo Finance) 했다.
x402 표준 출범, 판이 이미 깔렸다
우드 CEO의 전망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산업계의 인프라 구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가 제안한 온체인 결제 프로토콜 x402가 대표적이다. x402는 웹 요청에 결제 기능을 내장한 프로토콜로, 유료 데이터 접근 시 402 결제 응답을 받으면 약 2초 만에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완료한다. 기존 결제에서 필수였던 승인 절차와 사용자 인증 단계를 생략함으로써 기계 대 기계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리눅스 재단 주도로 x402 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재단에는 프로토콜을 제공한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서클, 베이스, 솔라나, 구글,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등 글로벌 블록체인과 결제 네트워크, 커머스 업계 선두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카카오페이가 유일하게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거래 지표도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x402 프로토콜의 하루 거래 건수는 8만9730건, 거래액은 100만1472달러로 한 달 전 대비 각각 11.72퍼센트, 21.39퍼센트 증가했으며, 연초 200만 달러 수준이던 주간 거래량은 3월 이후 7배 이상 확대됐다.
오픈AI와 스트라이프가 함께 개발한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 구글이 주도한 AP2 등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구글, 이더리움 재단 등과 협력해 AP2의 핵심 구조를 확장한 A2A x402 솔루션을 내놓았으며, 이는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스테이블코인으로 API 비용이나 콘텐츠 이용료를 1초 미만에 즉시 지불하는 결제 인프라를 제공한다.
낙관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다만 시장에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현재 규모만 놓고 보면 에이전틱 결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AI 에이전트 결제 규모는 약 5000만 달러 수준으로, 연간 46조 달러에 달하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틈새시장에 불과하다. 올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6조8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가맹점 수용성도 관건이다. BWG 글로벌의 크리스 도낫은 가맹점들이 소비자 수요를 따라 움직이는 만큼 상당수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는 한 새로운 결제 수단을 굳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소비자들이 의미 있는 규모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제레미 알레어 서클 CEO 역시 에이전틱 거래가 언제쯤 유의미한 규모로 성장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술 선택을 둘러싼 논쟁도 있다. 우드 CEO의 게시물에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비트코인 위에서 구동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헤데라(Hedera) 등 다른 네트워크의 엔터프라이즈급 구현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는 반박 (X) 이 달리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결제 레이어로서 적합한지, 아니면 담보 자산 및 준비자산 역할에 머무를지를 두고 업계 시각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단기적으로는 AI 에이전트가 가상카드를 사용하되 정산은 백엔드에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로 처리하는 방식이 현실적 해법으로 거론되며, 이 경우 스테이블코인과 신용카드 네트워크는 상당 기간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국내 산업계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간편결제사 중 유일하게 x402 재단 초기 멤버로 참여했으며,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결합될 경우 에이전틱 커머스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맵, 선물하기, 예약하기, 멜론 등 기존 서비스와 연계해 실사용처를 확보하면 초기 단계의 활용성 한계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핵심 변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속도다. 결제 표준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굳어질 경우, 국내 커머스 거래의 정산 레일이 해외 인프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에이전트가 상거래의 실질적 구매 주체로 부상하는 흐름에서 원화 기반 결제망과 국내 검증 체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금융당국과 산업계에 남겨진 과제다.
우드 CEO의 진단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기계가 스스로 값을 치르는 시대에, 그 화폐는 무엇이 될 것인가. 그의 전망이 시장 변동성에 노출돼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에이전틱 커머스를 향한 저변의 흐름은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점점 더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