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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4000만 지갑에 원화코인 심는다…신원근의 '발행·유통 투트랙' 승부수

카카오페이 4000만 지갑에 원화코인 심는다…신원근의 '발행·유통 투트랙' 승부수

카카오페이가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발판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4000만 명에 달하는 개인 결제망에 기업 정산 네트워크를 얹어 발행과 유통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2026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인프라와 유통 사업이라는 두 갈래 기회를 설계하고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단순 참여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전략 축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 금융이 결제를 넘어섰다…분기 최대 실적 카카오페이의 2분기 연결 매출은 3351억원, 영업이익 586억원, 순이익 496억원으로 세 지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0.6% 늘었고 영업이익은 528.2%, 순이익은 251.3%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3.9%에서 17.5%로 네 배 이상 뛰었다. 실적을 견인한 축은 금융서비스였다. 해당 부문 매출은 1752억원으로 74.7% 성장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를 기록해 결제서비스(42%)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결제 사업자에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투자 부문은 국내외 주식 거래 확대에 힘입어 99%, 보험 부문은 상품 판매와 보험 DB 사업 성장에 힘입어 86% 성장했다. 대출 부문도 상품 다변화를 바탕으로 3개 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카카오페이증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분기 매출 1219억원, 영업이익 396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55% 늘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631억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국내외 주식 거래액은 139조9000억원으로 497%, 예탁자산은 21조1000억원으로 279% 불어났다. 다만 증권 매출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파생상품 관련 매출 172억원이 포함돼 있어 순수 영업 성장분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이용자 지표도 함께 개선됐다. 일평균활성이용자(DAU)는 695만 명으로 9% 증가했고, 이용자당 평균 거래 건수는 87건으로 26%, 이용자당 평균 매출은 1만3979원으로 39% 상승했다. 이용자 수보다 이용 빈도와 수익 기여도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 개인 지갑에 담고, 기업 정산에 붙인다 신 대표가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준비하는 투트랙 구조다. 발행 영역에서는 카카오 관계사와 주요 협력사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인프라를 놓고 전략적·기술적 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송금과 결제, 투자 등 다양한 활용 사례를 수용할 수 있는 공통 기술 기반을 먼저 세운 뒤 인허가 취득과 유통 규모 확대로 연결한다는 로드맵이다. 유통 영역은 개인과 기업을 양쪽에서 공략한다. 개인 이용자 지갑에 스테이블코인을 탑재해 송금·결제·투자에 쓰도록 하고, 기업용 월렛으로는 가맹점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부가가치통신망(VAN)사의 정산 절차를 효율화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간, 국가 간 결제·정산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인공지능이 이용자를 대신해 구매와 결제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페이먼트 시장에도 대비하고 있다.

◆ 서클과 손잡고 증권은 100% 자회사로 글로벌 진영 구축도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최근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미국 서클인터넷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외 결제와 송금, 정산 분야에 서클 인프라를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신 대표는 지난 분기 S402 재단 참여에 이어 서클과의 협업을 발표했다며 이번 분기에는 더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공식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차원의 성과뿐 아니라 개별 기업으로서도 스테이블코인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증권이 참여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태스크포스(TF)도 가동 중이다. 신 대표가 직접 TF장을 맡아 기술 연구와 사업 모델 검토, 그룹 전략 조율을 총괄한다. 지난달 카카오페이증권 지분을 추가 인수해 완전자회사 체제를 구축한 것도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자산 사업에서 계열사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 네이버 대 카카오, 원화코인 패권 경쟁 점화 카카오페이의 행보는 업계 지형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국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재개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기대가 커졌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와 손잡고 시장 선점 경쟁에 들어갔다.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 실물자산(RWA) 등 온체인 환경에서 24시간 실시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은 테더와 서클이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제도 정비 속도도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하반기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 혁신적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연내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 계획을 밝혔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체계 제도화 방안도 포함시켰다. (Ftoday) 정부 역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며 산업 분류와 영업행위 규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설계와 기술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이용자 보호, 감독 체계 등 제도적 틀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서비스 구조와 출시 시점은 법·제도 정비 속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본사를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가 참여하는 TF 회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규제 환경이 구체화되면 관련 사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4000만 지갑이라는 유통 채널을 이미 손에 쥔 카카오페이가 법 제정 시점에 맞춰 발행 인프라까지 완성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초기 시장의 표준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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