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부다비 투자 포럼(ADIF)'서 ADIO와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 MOU
직접 서울 개최 제안한 김서준 대표…한국 기업 중동·신흥시장 진출 창구 연다
국내 대표 블록체인·인공지능(AI) 벤처투자사 해시드를 이끄는 김서준 대표가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을 이끌 '국가 간 투자 연결자'로 전면에 나섰다. 해시드는 아부다비 정부의 투자 유치 기관인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bu Dhabi Investment Office, ADIO)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한국 기업과 투자자의 아부다비 진출을 돕는 장기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한다.
협약은 9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아부다비 투자 포럼(Abu Dhabi Investment Forum, ADIF)' 현장에서 이뤄졌다. 주목할 대목은 이 포럼의 서울 개최 자체가 김 대표의 제안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전년도 도쿄 행사에서 서울 개최를 제안했고, 아부다비 측이 이를 적극 수용해 실제 행사로 성사됐다. 포럼 제안부터 MOU 체결까지, 김 대표가 한국과 아부다비를 잇는 판을 직접 짠 셈이다.
■ "아부다비는 UAE가 아니라 신흥시장으로 가는 관문"
김서준 대표가 아부다비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아부다비를 단일 시장이 아닌 신흥시장 확장의 전략적 허브로 본다. 김 대표는 아부다비가 UAE 한 나라를 겨냥한 거점이 아니라 인도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이어지는 허브라고 강조했다.
이 판단은 해시드의 실전 투자 경험에서 나왔다. 해시드는 2021년부터 인도의 인구와 IT 인재에 주목해 투자를 이어왔고, 현지 기업인과 창업가들이 UAE와 긴밀히 교류한다는 점을 확인하며 아부다비의 역할에 눈을 떴다. 2023년부터는 아프리카에도 투자했는데, 아프리카 기업 역시 UAE를 통해 글로벌 자본과 시장에 닿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한국과 아부다비의 궁합도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기술·인프라·산업 경쟁력을, 아부다비는 풍부한 자본과 빠른 실행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춰 서로 보완적이며, UAE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며 개방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협력 가능성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 말보다 실행…현지 법인·인력 전진 배치
김 대표의 아부다비 전략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해시드는 2024년 아부다비에 신규 오피스를 열며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고,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에 지사를 세워 현지 정부 및 기관투자자와 교류해왔다. 이어 아부다비 법인 해시드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통해 UAE 금융 규제 당국의 금융 서비스 허가를 취득하며 중동 사업 확장에 착수했다. 현재 파트너 2명과 매니저 1명이 아부다비에 상주하며 사업과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김 대표의 글로벌 거점 철학도 뚜렷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은 글로벌한 현상이기에 한 국가에서만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국가별 거점을 마련해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적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지 웹3 기업·VC 네트워크, 인도는 개발자 확보, 싱가포르는 프로젝트 재단 입지를 고려한 선택이었고, 아부다비는 가상자산 친화적 규제 환경을 활용하기 위한 행보였다.
■ ADIO MOU로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협약에 따라 해시드와 ADIO는 아부다비를 역내·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검토하는 한국의 기업, 금융기관, 투자자를 공동 지원한다. 협력 분야는 유망 기업·투자자 발굴 및 연결, 투자 전 과정 지원, 한국 시장 정보 제공, ADIO 주관 행사·사절단 지원, 한국 주요 기관 및 주한 UAE 대사관과의 협력 조율 등이다.
해시드는 이미 포럼에 앞서 금융, 기술, 게임, 엔터테인먼트, 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주요 기업을 ADIO에 소개하고 미팅을 주선했다. 블록체인 투자사라는 틀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과 중동 자본을 잇는 '민간 경제외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포럼에서는 AI·로보틱스, 첨단 제조, 금융 서비스, 헬스케어·생명과학, 청정·재생에너지, 물류·인프라, 미디어·게이밍·스포츠, 농업·식량안보 등 8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협력 가능성이 논의됐다.
알레산드로 보르고냐(Alessandro Borgogna) ADIO 클러스터 기획·개발 총괄책임자는 "혁신과 기술력, 그리고 산업 역량에서 한국이 보여준 리더십은 아부다비의 장기적 성장에 있어 한국을 더없이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만든다"며 "해시드와 함께 야심찬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역내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부다비발(發) 차세대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준 대표는 "국경을 넘어 사람과 자본, 그리고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오갈 때 비로소 진정한 발전이 일어난다"며 "해시드의 역할은 그 둘을 잇는 가교가 되는 것이며 두 경제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지속적 교류의 통로를 만들고, 한국과 아부다비 사이에 더 깊고 오래갈 관계의 토대를 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가 그리는 5년 뒤의 모습은 명확하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중동 한복판에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고 자연스럽게 느낄 만큼 끈끈한 양국 비즈니스 관계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인물 탐구: 과학고 조기 졸업 공학도에서 '한국 블록체인 VC의 얼굴'로
김서준 대표는 대표적인 엔지니어 출신 연쇄창업가다.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으며, 졸업 후 10여 년간 IT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인공지능 수학교육 기업 노리(Knowre)의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지냈고, 소셜 데이트 서비스 '정오의 데이트'를 만들어 운영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노리의 대교그룹 매각, 데이팅 앱 아만다 개발사 넥스트매치 공동 창업과 엑시트를 경험한 인물로 소개된다.
블록체인과의 인연은 이더리움에서 시작됐다. 2015년 비탈릭 부테린 내한 당시 스마트 계약 논의를 계기로 블록체인에 매력을 느꼈고, 2016년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엔젤 투자 과정에서 이더리움을 접했다. 이후 토큰을 발행해 경제를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가 혁신적인 세상을 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해시드는 2017년 초기 암호화폐 시장에 주목한 기술창업가들이 뭉쳐 출범했으며, 6억 원 자본금으로 시작해 1년 반 만인 2018년 운용자산 수천억 원대 크립토펀드로 성장했다. 이후 약 1,200억 원 규모의 1호, 2,400억 원 규모의 2호 벤처투자조합을 잇달아 결성했다. 베라체인, 앱토스, 에테나 등 차세대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최근 김 대표의 시선은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6월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는 AI 간 거래가 B2B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주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블록체인, AI, 그리고 중동 자본을 잇는 그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