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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증권맨이 되살린 100년 전 월가의 통찰, '주식시장의 심리학' 편역 출간

27년 증권맨이 되살린 100년 전 월가의 통찰, '주식시장의 심리학' 편역 출간
김동선 KB증권 용산지점장

김동선 KB증권 용산지점장, 1912년 뉴욕 증시 기록을 한국 시장 언어로 옮겨

IT버블부터 팬데믹 급락장까지 몸으로 겪은 27년, 투자심리 구조로 정리

행동경제학 이론과 국내 사례 접목한 '100년 후, 한국 시장' 코너 눈길



주식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은 여전히 하나다. 왜 사람들은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이 질문을 27년 동안 현장에서 붙들고 있던 한 증권맨이 100년 전 월가의 고전을 우리말로 다시 풀어냈다. KB증권 용산지점장 김동선이 편역한 '주식시장의 심리학'이다.

신간 '주식시장의 심리학'

김동선 지점장은 1999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7년간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지나온 시간표는 그대로 한국 자본시장의 굴곡과 겹친다. 2000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급락장까지 굵직한 하락 국면을 모두 현장에서 통과했다. 지점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어떤 표정으로 계좌를 열고 어떤 표정으로 손절 주문을 내는지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가 이 책을 단순 번역이 아닌 편역으로 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원저는 1912년 뉴욕에서 활동한 학자 겸 저널리스트 G. C. 셀든이 남긴 기록이다. 셀든은 대학에서 시장을 연구하는 한편 신문에 시황을 기고하고 통계 작업을 병행했으며, 이후 월스트리트 전문지 편집에도 참여하며 투자자들의 실제 반응을 관찰했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단기 주가를 움직이는 힘은 실적이나 숫자가 아니라 투자자 대중의 심리라는 주장이었다.

투자자는 합리적이라는 전제가 지배하던 시절, 셀든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가가 오를 때 근거 없이 들뜨고 내릴 때 이유 없이 움츠러드는 심리, 호재가 발표된 순간 시장이 이미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 많이 보유한 종목일수록 판단이 흐려지는 확증 편향까지 그는 하나씩 짚어냈다. 이 통찰은 한참 뒤에야 학문적으로 검증됐다. 대니얼 카너먼과 로버트 실러, 리처드 탈러가 관련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학계는 셀든이 이미 100년 전에 행동경제학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재조명했다.

문제는 1912년 뉴욕의 사례가 오늘의 한국 투자자에게 그대로 와닿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김동선 지점장은 여기서 편역자의 역할을 찾았다. 셀든이 기록한 뉴욕 증권거래소의 장면들을 동학개미 운동, 2차전지 투자 열풍, 신용융자 반대매매 같은 국내 사례로 하나씩 치환했다. 각 장마다 배치한 '100년 후, 한국 시장' 코너에서는 옛 사례와 오늘의 시장을 나란히 놓고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해설을 덧붙였다. 100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심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가 스스로 확인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 책에는 종목 추천이나 단기 매매 기법이 없다. 대신 투자자가 그 순간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스스로 되짚어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기 구조를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편역자의 문제의식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셀든이 원저 말미에 남긴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잘못된 확신이며, 언제나 시장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평가도 이어졌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시장의 변수를 맞히려는 투자자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변수가 등장했을 때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 투자자는 오래간다며, 성공하는 투자자의 사고방식과 구조를 다룬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추천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장중 변동성이 커지고, 호재가 나온 날 오히려 주가가 밀리는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진 환경에서 심리적 쏠림은 더 짧은 주기로 나타난다. 100년 전 뉴욕의 기록이 지금 다시 읽히는 이유다.

27년간 창구에서 사람을 지켜본 편역자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이 책은 오래된 고전이 아니라 지금 계좌를 들여다보는 투자자를 위한 실전 안내서에 가까워졌다. 투자심리와 행동경제학에 관심 있는 독자, 반복되는 매매 실수의 원인을 찾고 싶은 개인 투자자에게 일독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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