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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쿠팡, 너 한 달만 기다려!

오만한 쿠팡, 너 한 달만 기다려!

10월, 드디어 새벽이 열린다 — 그런데 왜 이제서야인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빈손으로 돌아섰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러 나간 현장조사를 쿠팡이 거부한 것이다. 피조사 기업의 반발로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철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혐의도 가볍지 않다. 네이버 등 경쟁 온라인몰보다 값이 비쌀 때 자동 발행되는 '가격 맞춤형 쿠폰'의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이다. 최저가라는 간판의 청구서를 힘없는 협력사에 돌렸다는 이야기다.

이 배짱은 어디서 나왔나. 미 하원 법사위 공화당 측은 한국 정부의 조사가 과도하다는 보고서를 냈고, 미 무역대표부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겨냥해 통상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백악관까지 조사 대상 기업을 공개적으로 감쌌다. 대한민국의 시장질서 문제가 하루아침에 통상 카드로 둔갑했다. 온라인플랫폼법은 표류하고, 공정위는 세게 때리면 '차별', 약하게 때리면 '굴복'이라는 덫에 갇혔다. 법 집행 기관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기업의 태도를 우리는 오만이라 부른다.

그러나 오만한 쿠팡에 한마디 하겠다. 딱 한 달만 기다려라. 오는 10월, 네이버가 멤버십 전용 새벽배송을 본격 개시한다. 최수연 대표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직접 못 박은 일정이다. 전용 반품센터를 통한 빠른 반품도 함께 시작된다. 이미 지난 7월에는 판매자가 상품을 물류센터에 입고하면 재고 관리와 교환·반품, 고객 응대까지 네이버가 맡는 'N배송 FBN'을 도입했다. 판매자 역량에 따라 배송 품질이 들쭉날쭉하던 구조를 드디어 손본 것이다. 커머스가 포함된 2분기 서비스 매출은 4,550억 원, 전년 대비 31.3% 늘었다. 롯데마트는 2,000억 원을 투입한 부산 자동화 물류센터를 가동한다. SSG닷컴은 이마트 점포를 거점으로 2시간 배송을 연내 50여 개 점포까지 확대해 하루 15만 건 처리 능력을 갖추겠다고 한다. 판은 이제야 짜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제야'라는 세 글자다. 돈이 없었는가. 기술이 없었는가. 둘 다 아니다. 네이버는 2001년 쇼핑 사업을 시작하고도 2019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배송에 손을 대지 않았다. 플랫폼만 열어주고 보관·포장·물류사 선정은 전적으로 판매자 몫으로 떠넘겼다. 수수료는 챙기되 책임은 지지 않는 편한 장사였다. 쿠팡이 물류센터에 조 단위를 쏟아붓고 몇 해씩 적자를 감내하며 로켓배송으로 새벽을 장악하는 동안, 네이버는 뒤늦게 CJ대한통운과 지분을 맞바꾸고 얼라이언스를 꾸리며 남의 인프라에 얹혀 가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가 20여 년 만의 '10월 새벽배송'이다.

신세계는 더 뼈아프다. 이마트와 백화점이라는 최강의 오프라인 자산을 쥐고도 SSG닷컴은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앱조차 정리하지 못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롯데는 그룹 전체가 유통을 상징하던 회사다. 그런 기업들이 10년 넘게 스타트업 하나에 안방을 내주고 이제 와 물류센터 준공식을 연다. 무능이라는 말 외에 달리 부를 표현이 없다. 물론 항변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탓에 대형마트는 점포 재고를 활용한 새벽배송이 원천 봉쇄돼 있었다. 밤에 창고 불을 켜지 못하게 해놓고 새벽에 물건을 보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검토 중인 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서 이 족쇄를 푸는 일이 급선무다. 규제가 완화돼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뛰어들면 쿠팡의 독주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규제는 변명의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판단 착오와 투자 회피, 그리고 오프라인 성공 방정식을 놓지 못한 관성이다.

소비자는 쿠팡에 중독된 것이 아니다. 대안이 없었을 뿐이다. 밤에 주문한 물건이 아침 문 앞에 놓이는 경험을 그만한 신뢰도로 제공한 사업자가 하나뿐이었다. 독점의 대가는 결국 소비자 가격과 납품업체 마진으로 되돌아온다. 공정위는 통상 압박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국적이 아니라 시장 영향력과 위법 여부가 잣대다. 국회와 정부는 낡은 유통 규제를 걷어내 운동장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네이버와 신세계, 롯데는 10월을 시늉으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 콜드체인과 자동화 물류, 라스트마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오만한 기업을 무너뜨리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규제가 아니라 더 나은 경쟁자다. 10월, 대한민국 유통 대기업들의 진짜 실력을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이번에도 시늉에 그친다면, 그때는 쿠팡의 오만이 아니라 그들의 무능을 탓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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